비트겟 시그넘 은행 제휴, 코인을 거래소에 두지 않고 거래한다? ‘거래소 외 보관’이 중요한 이유

 

비트겟 시그넘 은행 제휴, 코인을 거래소에 두지 않고 거래한다? ‘거래소 외 보관’이 중요한 이유

최근 가상자산 시장을 보다 보면 예전과 비교해 확실히 달라진 흐름이 하나 있다.

과거에는 “어느 코인이 오를까”, “어느 거래소 거래량이 많을까”가 주요 관심사였다면, 기관투자자가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자산을 어디에 보관하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눈에 들어온 소식이 비트겟(Bitget)과 스위스 시그넘 은행(Sygnum Bank)의 제휴다.

2026년 9월 24일 비트겟이 시그넘 은행의 ‘Sygnum Protect’에 합류했다. 단순히 거래소가 새로운 수탁 서비스를 하나 추가한 정도로 볼 수도 있지만, 조금 더 찾아보니 이번 제휴에는 가상자산 시장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는 꽤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특히 FTX 사태 이후 계속 제기됐던 거래소 파산 위험과 고객 자산 보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실제 기관 시장의 표준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 관심 있게 볼 부분이다.


비트겟·시그넘 은행 제휴 핵심 정보

먼저 이번 내용을 간단하게 이해하려면 몇 가지 핵심 정보부터 알아두는 게 좋다.

비트겟(Bitget)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로 현물뿐 아니라 선물·파생상품 거래 비중이 상당히 큰 곳이다. 비트겟과 시그넘 측 자료에서는 현재 150개 이상 국가에서 약 1억2,5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시그넘 은행(Sygnum Bank)
스위스 취리히에 기반을 둔 디지털 자산 전문 은행이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 FINMA가 공개한 인가 은행 목록에서도 Sygnum Bank AG를 확인할 수 있다.

Sygnum Protect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는 하면서 실제 담보자산은 거래소가 아닌 시그넘 은행에 보관할 수 있도록 만든 ‘거래소 외 보관(Off-Exchange Custody)’ 서비스다.

핵심 키워드
비트겟 시그넘 은행 / 거래소 외 보관 / Off-Exchange Custody / 가상자산 수탁 / 기관투자자 / 거래소 파산 위험 / Sygnum Protect / 암호화폐 커스터디



그런데 거래소 외 보관이 정확히 뭘까?

처음 이 기사를 봤을 때 가장 궁금했던 것도 이것이었다.

“코인을 거래소에 넣어놓지 않는데 어떻게 거래를 하지?”

일반적인 가상자산 거래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비트코인이나 USDT 등을 거래소 계정으로 입금하고, 거래소 안에 들어 있는 자산을 이용해 현물이나 선물 거래를 한다.

문제는 이 순간부터 발생한다.

자산을 거래소에 맡기는 순간 투자자는 가격 변동 위험뿐 아니라 거래소라는 회사 자체의 신용위험(Counterparty Risk)에도 노출된다.

거래소가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별 문제가 없지만 해킹이나 유동성 위기, 출금 중단, 파산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비트겟이 도입한 거래소 외 보관은 이 구조를 바꾸는 방식이다.

기관투자자의 실제 담보자산은 시그넘 은행에 보관한다. 대신 시그넘에 보관된 자산에 대응하는 거래 가능 잔액이 비트겟에 반영되고, 투자자는 그 잔액을 이용해 현물이나 파생상품 거래를 할 수 있다.

쉽게 표현하면,

자산 보관 → 은행

실제 거래 → 거래소

라는 식으로 역할을 분리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뉴스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도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거래할까?

개인투자자라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거래할 돈을 그냥 거래소에 넣어놓으면 편한데, 굳이 은행에 자산을 보관하고 거래소와 연동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운용금액이 수백억, 수천억원 단위로 커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어떤 기관이 1,000억원 규모의 자산으로 가상자산 거래를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 자산을 모두 특정 거래소에 예치하면 거래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상당한 자금이 한꺼번에 위험해질 수 있다.

반면 실제 자산은 규제를 받는 은행에 보관하고 거래소에서는 거래에 필요한 잔액만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다면 거래소에 대한 직접적인 신용 노출을 줄이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시그넘은 Sygnum Protect를 통해 담보자산을 거래소 밖에 보관하면서도 거래소의 유동성과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전통 금융시장에서는 자산 보관과 거래 기능을 분리하는 개념 자체가 낯설지 않다.

오히려 가상자산 시장이 기존 금융시장의 리스크 관리 구조를 조금씩 따라가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해 보인다.


이 흐름을 이해하려면 FTX 사태를 빼놓기 어렵다

거래소 외 보관이 빠르게 확산되는 배경에는 2022년 발생한 FTX 붕괴가 있다.

당시 FTX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상자산 거래소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2022년 11월 유동성 문제가 불거진 뒤 고객 출금이 중단됐고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미국 SEC 자료에서도 FTX가 고객 자산을 관련 회사인 Alameda Research에 사용하도록 허용했고, 2022년 11월 8일 고객 출금이 중단됐던 과정이 확인된다.

이 사건은 가상자산 업계에 상당히 큰 충격을 줬다.

코인의 가격 위험과 별개로,

“내가 거래소 화면에서 보고 있는 잔액이 실제로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는가?”

라는 문제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FTX뿐 아니라 2022년에는 Celsius, Voyager, Three Arrows Capital 등 여러 가상자산 관련 업체가 연이어 무너졌다. SEC에 제출된 자료에서도 이런 일련의 사태가 시장 신뢰와 유동성에 큰 영향을 줬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기관 입장에서는 거래소를 선택하는 것만큼이나 거래소에 얼마나 많은 자산을 직접 노출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문제가 됐다.

이번 비트겟 시그넘 은행 제휴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Sygnum Protect는 갑자기 등장한 서비스가 아니다

조금 더 찾아보니 시그넘의 움직임은 꽤 단계적이었다.

Sygnum Protect는 2024년 4월 Binance와의 협력을 통해 시작됐다.

이후 2025년 3월 세계적인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소 Deribit이 추가됐고, 같은 해 9월에는 Bybit까지 연결됐다. 그리고 2026년 9월 Bitget이 합류했다.

그러니까 흐름을 보면 대략 이렇다.

Binance → Deribit → Bybit → Bitget

특정 거래소 하나와 실험적으로 운영하는 서비스라기보다는 주요 글로벌 거래소를 연결하는 하나의 기관용 금융 인프라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시그넘은 Protect에 연결된 거래소들의 현물·파생상품 거래량을 합치면 글로벌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이 수치는 시그넘 측이 발표한 자료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

그렇더라도 주요 대형 거래소들이 같은 형태의 커스터디 시스템에 연이어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꽤 의미가 있어 보인다.


2025년 자산 규모 900% 증가, 10억 달러 돌파

더 눈에 띄는 숫자도 있었다.

시그넘에 따르면 Sygnum Protect에 보관된 담보자산은 2025년 한 해 동안 900% 이상 증가했고, 2026년 3월 발표 기준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처음에는 일부 보수적인 기관이나 전문 트레이딩 업체가 사용하는 서비스에 가까웠지만 불과 몇 년 사이 규모가 빠르게 커진 것이다.

시그넘은 그 배경으로 기관투자자의 거래소 상대방 위험 관리 수요와 규제된 금융 인프라에 대한 선호 등을 들고 있다.

특히 비트겟도 기관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비트겟 CEO Gracy Chen이 2026년 9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기관 고객 순자산은 2025년 3분기 대비 2026년 2분기 45% 증가했고, 핵심 마켓메이커도 90곳에서 248곳으로 늘었다고 한다. 회사 자체 발표라는 점은 감안해야 하지만, 이번 시그넘 제휴가 기관 시장 확대 전략과 연결돼 있다는 점은 읽을 수 있다.


비트코인만 맡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 부분은 조금 의외였다.

‘가상자산 커스터디’라고 하면 보통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서비스를 떠올리게 된다.

Sygnum Protect는 범위가 더 넓다.

시그넘에 따르면 디지털 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은 물론 미국 국채 같은 전통 금융자산도 담보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 국채는 보유하는 동안 이자수익이 발생하기 때문에 기관 입장에서는 꽤 중요한 차이다.

예를 들어 기관이 현금성 자산을 단순히 거래 담보로 묶어두는 대신 미국 국채를 담보로 사용하면서 이자수익을 얻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시그넘은 이런 수익이 Protect 서비스 이용 비용을 상쇄하거나 금리 환경에 따라 그 이상의 효과를 낼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쯤 되면 단순한 ‘코인 보관 서비스’라기보다는 전통 금융의 담보관리 시스템을 가상자산 거래시장으로 가져오는 과정에 더 가깝다는 느낌이다.


거래소 외 보관이면 거래소 파산 위험이 완전히 사라질까?

여기서는 조금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거래소 외 보관의 핵심 장점은 거래소에 실제 자산 전체를 맡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시그넘은 고객 자산을 은행의 대차대조표 밖에서 보관하며, 스위스 은행법상 파산으로부터 분리되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비트겟과 연결된 담보자산에도 이 구조가 적용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것이 모든 위험이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수탁기관 자체의 운영 위험, 기술적 문제, 계약 구조, 담보 가치 변동, 정산 과정의 위험 등이 존재할 수 있다. 특히 파생상품을 거래한다면 레버리지와 가격 급변에 따른 시장 위험은 커스터디 방식과 관계없이 그대로 남는다.

그래서 거래소 외 보관 = 무조건 안전하다고 이해하기보다는,

거래소에 대한 자산 노출과 상대방 위험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리스크 관리 구조

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개인투자자에게도 직접적인 변화가 있을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부분이다.

현재 Sygnum Protect는 기본적으로 기관투자자, 헤지펀드, 마켓메이커, 브로커 등 전문 시장 참여자를 중심으로 설계된 서비스다.

그래서 일반 개인투자자가 당장 시그넘 은행에 비트코인을 맡겨놓고 비트겟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거래하게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기관들이 거래소를 평가할 때 단순 거래량이나 수수료뿐 아니라 고객 자산 분리, 외부 커스터디 지원, 규제된 수탁기관과의 연결, 준비금 투명성, 결제 시스템 등을 더 중요하게 보기 시작하면 거래소들도 이런 인프라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Deribit은 현재 기관 및 적격투자자를 대상으로 Sygnum뿐 아니라 BitGo, Copper, Fireblocks, Komainu, Zodia 등 여러 외부 커스터디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 점을 보면 거래소 외 보관은 특정 회사 하나만의 아이디어라기보다 기관용 가상자산 거래시장에서 하나의 경쟁 영역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트겟 시그넘 은행 제휴가 생각보다 중요한 이유

이번 뉴스를 처음 보면 “비트겟이 스위스 은행과 제휴했다” 정도로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가상자산 시장 초기에는 거래소가 거래·보관·정산을 사실상 한곳에서 모두 담당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다.

편하기는 하지만 거래소 한 곳에 너무 많은 기능과 자산이 집중된다는 문제가 있다.

반대로 거래는 거래소가 담당하고 자산 보관은 규제된 금융기관이 담당하는 구조가 확대된다면 전통 금융시장과 비슷한 역할 분담이 생기게 된다.

특히 FTX 붕괴를 경험한 기관투자자 입장에서는 꽤 현실적인 변화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가상자산 거래소의 경쟁 기준도 조금씩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거래량, 상장 코인 수, 수수료, 선물 레버리지 같은 요소가 중요했다면 기관 시장에서는 자산을 얼마나 안전하게 분리할 수 있는지, 어떤 은행·커스터디 업체와 연결되어 있는지, 담보와 정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앞으로 볼 부분은 ‘은행과 거래소의 연결’이다

이번 비트겟 시그넘 은행 제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 있게 보는 부분은 비트겟 자체보다 오히려 시장 구조의 변화다.

2024년 Binance에서 시작된 Sygnum Protect가 Deribit, Bybit를 거쳐 2026년 Bitget까지 확대됐고, 자산 규모도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은행을 거치지 않는 금융”이 상당히 강조됐다.

그런데 기관투자자가 들어오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규제를 받는 은행의 수탁·담보관리 시스템과 가상자산 거래소가 결합하는 방향으로 시장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앞으로 Sygnum Protect에 어떤 거래소가 추가되는지, 그리고 BitGo·Copper·Fireblocks·Zodia 같은 다른 기관용 커스터디 사업자들과의 경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도 지켜볼 만하다.

가상자산 시장의 다음 경쟁은 단순히 새로운 코인을 많이 상장하는 것보다 “누가 고객의 자산을 더 안전하게 보관하면서 동시에 자본 효율성까지 높여줄 수 있느냐”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번 비트겟과 시그넘 은행의 협업은 그런 변화가 이미 진행 중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댓글